시낭송 한경애 - 사랑이 주고 간 대화 (이수익 詩) 198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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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escription

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
능금나무 아래서
터질듯한 풍선을 만지고 있네

햇빛은 신문지의 행간을
교묘히 빠져나오는 냄새처럼
잎사귀의 저 멀리서 스미어 오네

성숙한 두 사람의 볼은
잘 빚은 능금주,
제왕의 잔을 찰찰 넘치는
요염으로 발그레져 있네

서로 말하지 않는
두 사람의 시선이
한 사람의 약속 위에 머물 때

배암의 요설은
분과 연지를 찍고
한 사람이 손이 그만,
공중에 풍선을 놓치고 마네

능금나무 뒤에
이미 해가 져버렸는지
아니면 신명이 날아 갔는지
어둠의 적요를 자르는 다리

다리에 한 사람이 와서 울 때
세상에 이른바 영원이란
믿을 수 없다손 치드래도
두 사람의 손길이 마주 잡은
사랑의 이미지는 믿을 수 있네
믿을 수 있네.